[글로벌 경제] 분식회계는 '엔론' 전과 후로 나뉜다

2018-05-05 22:03
기업 이야기
written by 박지은




주식시장을 강타한

분식회계 이슈


바이오 산업의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분식회계

회사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것.


금융감독원은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전체 바이오 시장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당사자인 삼성바오로직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기준 인식 및 적용에 대한 차이로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바 없다"라고

금감원의 발표에 강경히 맞서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는 해석의 문제?


논란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오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한 것이

위법이냐 아니냐인 것입니다.


투자 업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전인 2016년 10월에는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던 정부가,


정권이 교체된 지금은 같은 문제를 두고

회계 위반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의 회계는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기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더 중립적이고 업격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사실 90년대만해도 제대로 된

회계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미국의 한 대형 기업의

회계 조작이 드러난 일이 발생한 이후에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회계'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죠.


오늘은 기업의 회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도를 바꾼 계기가 된

회계 조작의 아이콘 '엔론' 사태

살펴보며 기업 회계 감시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당시 미국의 분위기  



(경제 자유화를 이끈 레이건 전 대통령 ⓒWikipedia)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에는

탈규제 자유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참조-레이건 vs 클린턴, 세금을 더 잘 쓴 대통령은?)


1990년 말 미국 전력 산업 규제가 없어졌고

파생상품 산업을 지배하고 있던  

민간은행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었으며,


미 상원의원 필 그램의 부인이자

경제학자인 웬디 그램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오르면서

파생상품 거래 계약을

완전히 자유화했습니다. 


(당시 엔론은 에너지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로버트 루빈 미국 전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글래스-스티글법(Glass-Steagal Act)

폐지하며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했습니다.


즉, 은행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투자 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 것이죠. 


*글래스-스티글법(Glass-Steagal Act)

: 1933년 경제 대공황 시기에 제정된 법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구분했던 법.



(앨런 그린스펀 ⓒ위키피디아)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주식 가치를 키우는 것이

절대적인 선으로 여겨지며

경영자들이 주가의 움직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기업회계 장부가 허위로 쓰이고

내부인 주식 매도도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엔론이라는 회사 


이런 시장 분위기 속에서

역대 최대 회계 조작 사건을 일으킨

엔론은 어떤 회사였을까요?



(ⓒ위키피디아)


엔론은 1980년대 네브라스카 주의

오하마에 있던 천연가스 공급 업체

인터노스(Internorth Inc.)

휴스턴의 내추럴가스(Houston Natural Gas)

인수합병함으로써 탄생했습니다. 


이 내추럴가스의 CEO가 바로 엔론의 회장

케네스 레이(KENNETH LAY)인데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케네스 레이는

1987년에도 회계장부를

허위로 기재했던 상습범이었습니다.  



(케네스 레이 출처 ⓒ위키피디아)


엔론의 주 수익원은

타기업이 만들어 놓은 에너지 관련 상품을

사고팔 때 발생하는 차액이었고,  


이 밖에도 에너지 중개, 에너지 유통,

초고속통신 사업 등을 진행하며 

사업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확장했습니다.  


창립자 케네스 레이는 몇 년 뒤

맥킨지 출신의 컨설턴트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을 영입해

엔론을 개조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MBA를 이수한 제프리 스킬링은

회계적 숫자보다는

주가를 부양하고 싶어했고 

포장과 각색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요,


그의 영입 이후 엔론은

정말 급속도로 성장해서 미국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제프리 스킬링 출처 ⓒThe Daily Bail)

 


엔론의 실체


하지만 스킬링이 이룬 성과의 실체는

조작과 허위였습니다.


1) 회계장부 조작 


제프리 스킬링은 자산 유동화 회사

(SPV, special purpose vehicle)를 만들어

성가신 자산을 회사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여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를 털어냈습니다.  


그렇게 스킬링은 신용평가 등급을 올리고

총 자산 규모를 키웠습니다.


2) 투자조합을 통한 사기  


그 뒤 재무담당이사

(CFO, Chief Financial Officer)

앤드류 패스토우(Andrew fastow)

스킬링 밑으로 왔는데요,



(앤드류 패스토우 출처 ⓒbiography.com)


1996년 스킬링이 엔론의 사장이 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패스토우는

투자조합 LJM를 설립했는데  

이곳이 회계장부의 근거지였습니다.   


LJM은 발전소 가스 추출 시스템 등

엔론의 투자 자산에 대한 지분을 취득했고

이것은 LJM에 유리한 방향으로

엔론에 재판매되었습니다.


즉, 엔론의 주식은 LJM을 떠받치고

LJM은 엔론 주식을 지지하는

전형적인 뻥튀기 구조를 통해

엔론 주가를 1년 만에 60%나 키운 것입니다.


문제는 당시 에너지 거래업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 자산의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부실 자산을 제거하여 보고실적을

다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기 거래를 할 때마다

수익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엔론의 자금은

외부 차입(대출)에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고정자산은 많은데

현금이 부족해 부채에 시달렸죠.


그럼에도 엔론은 외부에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선전하면서 자금차입 사실을 숨겼습니다.   


부채 계정을 현금흐름 계정으로 속이고  

대출자금을 투자로 포장하고

자산 유동화 회사를 거쳐 세탁했습니다.





엔론의 몰락  


운명의 때는 인터넷이 등장하며

전기통신산업에 대한

낙관주의가 싹튼 시점이었습니다.  


통신규제완화법이 제정되자

텔레콤 주가가 호황을 이뤘습니다.


이에 엔론도 온라인 사업을 시작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줄어들었습니다.  


*ROE(Return On Equity)

: 자기자본이익률.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엔론이 2000년 초에

포틀랜드제너럴을 인수해 광대역 회선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돌자  

엔론의 주가는 20%나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2000년 후반부터 정보통신부문은

전 세계적 불황으로 비틀거리는데요,

엔론도 여기에 영향을 받기 시작합니다.


버나스 에버스가 CEO로 있는

월드컴 스프린트와 합병을 기획했으나  

통신업계의 추락으로 법무부가

합병을 기각한 것입니다.

 


비리가 폭로되다 


이때부터 엔론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헤지펀드 투자자 처드 그루브먼

(Richard Grubman)

한 투자자 모임에서 스킬링에게,


엔론의 대차대조표 항목인

기타 포괄이익 누계액이 마이너스임을

지적하며 엔론의 회계 장부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엔론의 주가는 폭락하고

스킬링은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스트리저널에서

엔론의 재무를 담당한 CFO 패스토우가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제야 미 정부는 엔론에

재무제표의 재작성을 요구했고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정계로도 이어진

광범위한 부패와 비리  


실체가 밝혀진 엔론의 비리 사건에는

비단 엔론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엔론의 외부 감사기관이었던

컨설팅 회사 아더 앤더슨(Arthur Andersen)

회계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한 트럭 분의 문서를 조직적으로

폐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부하들이 회계장부 조작을 하는 동안

회장 케네스 레이는 정치계와 전방위적으로

불법 유착을 맺었다는 것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는 경악에 빠졌습니다.  


엔론은 의회와 백악관, 감독 관청 등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고 

부당한 헌금을 받은 정치인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습니다.     

 


(법정에 선 엔론 사태의 주범들 ⓒfortune.com)


결국 2001년 CEO 제프리 스킬링는 24년형을, 

CFO 앤드류 패스토우는 10년형을 선고받았고

엔론은 이후 계획적인 기업 사기 및

회계 비리의 대표 사례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엔론 사태가 바꾼

기업의 회계 감시


엔론사의 파산 이후 월드컴(Wordkcom)

대기업의 회계 부정이 연이어 밝혀지자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혁이 단행되었습니다. 


1929년 증시대폭락의 후유증을 극복한

증권관계법 제정 이후

최대의 개혁으로 평가되는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eley Act of

2002) 제정이 대표적인 변화입니다.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eley Act of 2002)

엔론과 월드컴 같은 거대 기업들의

잇달은 회계부정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제정된 상장회사 회계에 대한 법.


2002년 7월 30일 법안의 발의자인 상원의원

폴 사베인스와 하원의원 마이클 옥슬리

이름을 따서 제정된 이 법은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 등 다른 나라의

회계 제도 개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내용으로는

①기업에 대한 감사 책임자를

5년마다 교체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외부 감시인 규제를 엄격하게 바꿨고,


②기업이 증권관계법 위반 등을 이유로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는 경우

CEO 등의 과거 성과급여 등을 환수하는 등

기업의 책임을 강화했으며,


③정기보고서 등 기업의 중요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재무 공시 체계를 개선했습니다


엔론 사태 후 등장한 개혁 조치들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본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업의 회계에 대해

더 투명하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고

기업의 가치 평가도 달라졌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바, 대우조선해양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회계 비리

무너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조-회계사가 말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참조-일본의 자랑 '도시바'의 회계 비리)


기업의 회계 감시 이슈는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엔론 사태 이후

사베인스 옥슬리 법이 제정된 것처럼

기업 회계 대한 현재의 갈등이

향후 더 나은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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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지은

국제경제에 관심많은 경제학도

에디터 :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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