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트

김연아의 SKT 광고가 방송에 못 나오는 이유

By 박동수 2018.02.02




뜨거웠던 2002년 여름을 기억하시나요?


올해는 올림픽월드컵

동시에 열리는 해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다음 주면 개막하고,


6월이면 러시아에서

2018년 월드컵까지 개최되죠.



(©FIFA)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2002년 월드컵이 열린 지도

어느새 15년이 넘었는데요,


모두들 그때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들이었지만,


'붉은악마'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응원단과 국민들 역시 

12번째 선수로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와

4강 신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온 나라가 들썩인 2002년 ©FIFA)



월드컵의 제3의 주역 '광고 캠페인'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월드컵 분위기를 활용한

여러 광고 캠페인들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붉은악마를 광고 모델로 삼은 SK텔레콤이

윤도현밴드와 함께 만들어낸

"오, 필승 코리아"일 텐데요,


이후 이 노래는 국민 응원가로 자리잡으면서 

SK텔레콤을 2002년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SKT의 "오~필승 코리아" 광고 영상)


SKT와 함께 기억되는

월드컵 캠페인의 또 다른 주인공은 

KTF(현재 KT로 합병)입니다.


그런데 경쟁사였던 SKT와 KT의

월드컵 캠페인을 비교해보면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KTF가 월드컵과 FIFA 로고

전면에 내세우고 회사 이름을

Korea Team Fighting이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공식 후원사'였던 KTF의 광고 영상)


SK텔레콤의 광고는 누가 봐도  

월드컵을 이용한 광고였지만

월드컵이나 FIFA 등의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SK텔레콤 광고. FIFA 또는 월드컵이란 단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TVCF)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KTF 


그 이유는 바로 2002년 월드컵 당시

FIFA와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한  

이동통신회사가 KTF였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공식후원사는 조직위원회에 

막대한 후원금을 지불하고 

필요한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월드컵과 FIFA의 

로고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하여

독점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됩니다.



(ⓒAll-free-download)


이는 비용은 지불한

공식 후원사에게만 주는 권리이기 때문에,


2002년 월드컵에서도 공식 후원사인

KTF를 제외한 다른 이동통신사는  

월드컵이나 FIFA라는 단어나 로고를  

절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던 SKT의 전략은?


그렇지만 어떤 시장보다

마케팅 전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업계에서

월드컵이란 최대의 이벤트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SK텔레콤은 월드컵이 아니라

'붉은악마'와 '응원'을 주인공으로 해서

"Be the reds"란 캠페인을 펼친 것입니다.


붉은악마를 공식적으로 후원하며

응원 도구뿐만 아니라 거리 응원 등의

여러 행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사진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거리 응원 ©정책브리핑)


그 결과 SK텔레콤은

공식 후원사인 KTF를 누르고

마치 SK텔레콤이 월드컵을

공식 지원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몰래 마케팅을 한다? 매복 마케팅 


이렇게 월드컵 또는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가 아닌 회사가

선수나 다른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공식 후원사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을

매복 마케팅 또는 앰부시 마케팅

(Ambush Marketing)이라고 하는데요,


매복 마케팅의 기원은 30여 년 전인

1984년 LA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LA올림픽 ©올림픽 조직위원회)


당시 LA올림픽 카메라 필름의 공식 후원사는

후지필름(Fuji Film)이었습니다. 


그러나 최대 경쟁사인 코닥(Kodak)은 

"여름의 공식 필름(Summer's Official Flim)"이란

내용으로 미국 육상팀 등을 후원하는 

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마치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양 홍보를 한 코닥은

후지보다 더 많은 광고 효과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다음 올림픽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코닥이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위키피디아)


물론 이번에는

후지필름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코닥이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었기에

올림픽 로고나 단어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주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CF를 빠르게 제작해서 코닥을 압도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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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없인 광고하지마!


그런데 막대한 비용을 감수한

공식 후원사 입장에서 보면

매복 마케팅은 엄청난 손해를 일으키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업들이 매복 마케팅을 우려하게 되면

월드컵 또는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원을 유치하는 것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죠.


그래서 매복 마케팅을 막으려는  

조치와 규정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Public Domain Pictures)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할 때  

매복 마케팅 방지책을 명시하여 

제재 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공식 후원사의 요청을 받은

조직위원회가 매복 마케팅을 활용한

광고나 프로모션을 금지하기도 하죠.



올림픽 조직위가

김연아의 광고를 막은 이유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는

Bavaria라는 네덜란드의 맥주회사가 

네덜란드 응원단에게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사자 모양의 바지를 제공하였는데,


공식 후원사인 버드와이저의 항의로

모두 수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Bavaria가 제공한 응원 바지 ©currybet)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LG정유(현 GS칼텍스)가  

우리나라 응원단들에게

'LG정유 칼텍스'란 로고가 적힌

풍선을 제공했는데요,


만약 이런 문구가 TV중계에 잡힌다면

부당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조직위는 응원단에게 제공한 해당 풍선의

문구를 테이프로 가리게 하였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이러한 매복 마케팅과 관련된 논란

https://cidermics.com/contents/detail/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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