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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21세기 보물이 되다

By 류광현 2017.11.04


 


가을철 창덕궁 후원 관람 예약

'어렵다, 어려워!' 

 

옛날 왕은 창덕궁 후원에 부는  

찬바람과 단풍잎으로 가을을 맞았는데요,


요즘 우리는 창덕궁 후원 예약 사이트의  

접속 마비로 가을을 맞는 듯합니다. 

 

벌써 창덕궁 후원 예약이

11월 4일까지 꽉 찼다고 합니다.

접속이 되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붐빕니다. 

 


(ⓒ문화재청)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후원은  

2004년 5월부터 예약자에 한해  

제한 관람 형태로 공개 중입니다. 

 

창덕궁 후원 관람뿐 아니라  

창덕궁 '달빛 기행'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전 세계를 통틀어 빌딩 숲 한복판에  

고궁을 품은 거대 도시는 흔치 않은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역사의 정취를 즐기고 있습니다.


 

창덕궁의 경제적 가치는? 

 

지난해 문화재청에서 일부 문화재의  

경제적 가치를 공개한 바 있는데요, 

그때 창덕궁의 경제적 가치는  

2,312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창덕궁의 가치가 이렇게 높게 평가된 데는  

창덕궁 역사와 창덕궁 후원의 힘이 컸습니다.

 


(ⓒ문화재청)

 

창덕궁은 조선 시대 궁궐 중 임금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이며, 

 

창덕궁 후원은 한국 유일의 궁궐 후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죠. 

 

궁궐의 가격 외에도 우리나라 궁궐의  

경제적 가치를 엿볼 방법이 또 있습니다. 

바로 궁궐의 관람객 수입니다. 

 

지난해 창덕궁을 찾은 관람객 수는  

182만 36명에 달합니다.  

 

참고로 경복궁은 602만여 명,  

덕수궁은 154만여 명,  

창경궁은 89만여 명이었습니다. 

 

한 해 동안 서울 도심에 있는

궁궐을 찾은 관람객 수가 

어림잡아 1천만 명이나 되는 것이죠.  


 

창덕궁 볼 수 있는 집,

1억 원 더 준다!


심지어 창덕궁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창덕궁을 비롯한 도심 내 궁궐을

집안에서 볼 수 있는 '궁궐 조망권'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궁궐 안에서 밖을 보는 것만큼  

궁궐 밖에서 안을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아서죠. 

 


(ⓒ문화재청)

 

신문로 2가, 원서동, 교남동 일대가  

대표적인 궁궐 조망권으로 꼽힙니다. 

 

창덕궁 3가~3나길의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궁전빌라트', '상원빌라트', '힐하우스' 등이

해당하는 원서동 일대

조선 시대 관리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또한 신문로2가에 짓고 있는

'한진베르시움'의 상층부(9~18층) 70가구와  

4층 이상 오피스텔에서는

덕수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죠.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자이'에서는  

경희궁 성곽과 지붕 일부가 보여 북향임에도  

매물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서울 도심 내에서도 이렇게

궁궐을 볼 수 있는 곳은 손에 꼽기 때문에,


궁궐 조망권이 있는 주택은

인근 일반 주택보다  

1억 원 가까이 더 비싸다고 합니다. 


 

문화 산업의 상상력을 자극한 풍경 

 

창덕궁은 문화적 가치도 높습니다.

창덕궁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린  

영화가 제작된 것인데요,

 


(달빛궁궐 포스터 ⓒ영화 '달빛궁궐')

 

애니메이션 '달빛궁전'은 창덕궁을

단순 배경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판타지를 완성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다룹니다. 

 

“마지막까지 왕실 가족이 살았던 창덕궁에서  

한 소녀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달빛궁전' 김현주 영화감독 

 

김 감독에게는 창덕궁이 수백 년 전에 지은  

건물 이상의 가치로 다가간 셈인데요,


생각해보면

100년 남짓의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아서 압축된 공간인

궁궐은 충분히 놀라울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공간의 힘은 세다

 

역사 저술가 시오노 나나미는  

열다섯 권에 달하는 '로마인 이야기'를 위해  

30년간 이탈리아 로마를 누볐는데요,  

 


(ⓒ한길사)

 

만약 로마의 건축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콜로세움이 없는 로마를  

사람들이 찾았을까요? 

 

아무리 로마 문명이 후대에 끼친 영향이  

심대해도 로마는 잊힌 도시가 되었겠죠.  

 

오늘날 우리가 창덕궁 후원을 거닐고

궁궐이 보이는 아파트를 찾고

궁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은,


은연중에 공간의 힘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퇴근길 버스에서 한 번쯤 고개를 들어 

버스 창밖의 궁궐을 눈에 담아보세요.


생각보다 가까이에

로마 콜로세움 못지않은 보물이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도 가치를 모르는 이에게는 

한낱 큐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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