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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감수성'이 기업 성패 좌우한다

By 정근태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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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 '젠더 갈등'

 

최근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젠더 감수성'입니다.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을 뜻합니다. 


남녀 간의 성(性) 갈등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 들어 부쩍 극단적인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슈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의 구별은 

남과 여로만 나누지만,


사실 남-녀 성 사이에는 

무궁무진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 인구수만큼

제각기 다른 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라면 역시 핑크"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에 대한 갈등과 차별은 '틀림'이 아닌

그런 '다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고

원인을 한 가지로 규정짓기도 어려워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때문에 젠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갈등을 기회로 삼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이들은 

위기를 언제나 '기회'로 삼죠. 

 

아마존과 디즈니는 지난해 어린이용 완구에

'남아용'과 '여아용'이라고 표시하던

성별 분류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어린이용'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대중과 어린이들에게  

고착시키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면서요.

하지만 기업이 이런 정책을

펼치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젠더 감수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여성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여성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국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매출액의 

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고, 

 

SK플래닛이 운영하는

국내 유력 오픈마켓 11번가에 

가장 많이 접속하는 고객도 여성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여성을 위한 판매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으며,

 

여성 친화적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입니다.

 

*ESG 평가 

: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3가지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 ESG 등급이 우수할수록

기업가치, 주가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짐. 


 

삼성 '갤럭시노트8'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노트8 광고에도

젠더 감수성이 숨어있습니다. 

 

갤럭시노트8 광고 주제는  

'사진'과 '여행'입니다. 

 


(갤럭시노트8 광고 ⓒ삼성전자) 

 

왜 삼성전자는 사진과 여행을  

광고 주제로 삼았을까요?  

갤럭시노트8의 핵심역량이  

카메라에 있기 때문일까요? 

 

(삼성의 휴대전화 카메라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진짜 이유는 여성 고객이 

휴대전화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SNS'와 '사진 촬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업들에게 

젠더 감수성을 이해하는 일은 

성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생존이 걸린 일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출시한 넥슨의 '서든어택2'는

여성 캐릭터의 과도한 노출로 인해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고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죠.


(넥슨지티가 약 300억 원을 들여 만든 게임 서든어택2는 성 상품화 논란으로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지티)

 

여성들의 구매력이 강력한 

유통업계 경쟁은 더 심합니다.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이해 

많은 유통업계가 '여성'의 감성을 잡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죠.

 

롯데월드타워는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이해  

저녁 시간대 3시간 동안

분홍색 조명을 밝혔고, 



(롯데월드타워가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이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페이스북) 

 

오픈마켓 위메프는 

유방암 환자 전용 속옷을 판매했습니다. 

 

CJ올리브영 또한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는 

'핑크박스' 나눔 캠페인을 전개했지요.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위해 


앞으로 기업 마케팅 승패는  

이런 젠더 감수성이 좌우할 것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제로섬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제로섬게임(zero-sum)

: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게임.  즉,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기 때문에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유발하지만

모든 이득의 총합은 항상 제로(0)이다.

 

과거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마케팅으로

매출을 늘린 몇몇 기업처럼

지금의 성 갈등을 본인들의

이익 확대에만 이용해서 결국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금까지 사회에 주입된 성별 역할은

사람들의 관심 분야를 제한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울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진정한 평등과 자유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그에 따른 확장성과 의외성으로 

창조적인 가치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발생한 창조적인 가치는 

경제를 자극하고 활발하게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성 갈등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젠더 감수성이

현재 마주한 많은 갈등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텐데요,

 

매출 확대를 넘어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편견의 벽을 허무는 기업 활동이 

보다 더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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