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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By 박동수 2017.10.16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지난 10월 9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리처드 세일러  

(Richard H. Thaler)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탈러? 세일러? 

: 국내 언론에서 그를 소개할 때 

일각에선 탈러 교수로 일부에서는

세일러 교수라고 칭하는데,

이는 그의 출신지인 독일식으로 발음하면

탈러가 되고 현재 거주하는 미국식으로

발음하면 세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인 '넛지'에서는 '탈러'로 

'승자의 저주'에서는 '세일러'로 표기되어

혼란이 가중되었는데, 본 글에서는

노벨상 발표에서 쓰인 '세일러'로 표기한다.


(노벨 경제학상 발표 장면 ⓒ노벨재단)

(리차드 세일러 교수 ©위키피디아)

 

우리나라에서는 그는 

'넛지'라는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이 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선물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무려 전 세계 판매량의 1/3이  

우리나라에서 팔렸다고 합니다. 


*넛지(Nudge)

: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는 뜻으로 

"행동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개입" 의미.

대표적인 예로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소변볼 때의 집중력을 높여서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양을

80%나 감소시킨 사례가 있다.



(세일러 교수의 저서 '넛지' ©yes24)



행동경제학이란?

 

앞서 말한 것처럼 세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대가인데요,

도대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무엇일까요? 


모든 학계가 그러하듯 경제학에도

소위 주류학파와 비주류학파가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주류학파,

즉 기존의 정통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 하에 이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

: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이론으로 각 개인이 사익을 추구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시장은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내는 쪽으로 정상 작동한다는 것이 핵심.


("for his contrivutions to behavioural economics" 행동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노벨재단)


반면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인 측면, 즉 심리적인 요소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하죠.


경제학에서 '심리'를 강조한 이 주장은

처음엔 비주류 경제학 취급을 받았지만

현재는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보완하며

경제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얻고 있고,


이번에 세일러 교수가 노벨상위원회로부터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노벨 경제학상은 없다? 


그런데 노벨상의 분야에는 

경제학이 없다는 것 알고 계신 가요? 

 

세일러 교수가 받은 상도

정확히는 노벨 경제학상이 아니라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입니다. 



(다른 분야와 이름이 약간 다르다 ©노벨재단) 

 

노벨상은 잘 알려졌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이 제정한 것입니다.


그는 한 신문사에서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표현하는 것에

충격을 받은 후,

 

1895년 유언을 작성하며 

재산 대부분을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노벨의 유언에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상 등 5개 분야만 명시되었고

경제학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5개 분야에 대한 첫 시상이 시작되고

약 60여 년이 흐른 1968년에 이르러서야,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하며

경제학상을 제정하고  

1969년부터 시상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경제학상은 공식적으로는 상금도 

노벨재단이 지급하지 않고

영문 정식 명칭에도 Nobel Prize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상의 심사 주체가

스웨덴 왕립 아카데미로

다른 노벨상과 동일하며,  


시상식도 다른 부분과 함께 치러지는 등

노벨상과 동등한 대접을 받고 있어

사실상 노벨상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노벨상의 경제적 가치는? 

 

그렇다면 노벨상의 상금은 얼마나 될까요? 

 

노벨이 노벨상을 위해 기부한 재산은 

3,100만 스웨덴 크로나(SEK)로 

현재 가치로 약 22억6,500만 달러 

(한화 약 2.5조 원)라고 합니다.  

 

노벨재단은 해당 자본을 운용하면서 만든

이자 등의 수입으로

매년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인데요,

 

1901년 처음 지급된 상금

약 15만 크로나로 이는

스웨덴 대학 교수 연봉

25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상금이 매년 조금씩 늘어서  

2001년 1,000만 크로나까지 올랐으나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800만 크로나까지 떨어졌으며,


2017년 올해 상금은 900만 크로나

(한화 약 12.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벨상 메달 ©노벨재단)

 

상금과 별도로 지급되는 메달도 

상당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2013년 미국의 경매시장에는

영국 분자생물학자인 프랜시스 크릭이

1962년에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 메달과

그 증서가 나왔는데,


한화 약 22.6억 원에 해당하는

20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출처: 노벨사이언스

 

이렇듯 노벨상은 경제적 가치도 높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예가 따르는 

권위가 높은 상인데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평화상을 제외한 

기초 과학 분야 혹은 경제/문학 분야에서  

아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죠.


(참조-한국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

 

 


(노벨상 시상 ©노벨재단)


앞으로는 기초와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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