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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관점에서 본 프랜차이즈의 갑(甲)질

By 이래학 2017.07.04



최근 경제기사 1면에 단골손님처럼

자주 오르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갑질' 논란입니다.  

 

신호탄은 BBQ에서 터뜨렸습니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이미 

2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가격을 올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으로  

BBQ의 가격 인상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틈만 나면 가격을 올리려는  

프랜차이즈의 경영 전략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치킨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치킨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1년 94.3에서 지난해 100.4로  

6% 상승했습니다.  

 


(©통계청) 


 

닭값은 내렸는데 치킨만 올랐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을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원재료 값입니다.  

 

주재료인 생계(생닭) 값이 꾸준히 올랐다면 

치킨 가격이 상승한 이유도  

납득이 갈 것입니다.  

 

그런데 생계 가격은 오히려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한국계육협회) 

 

잠깐 치킨 관련 밸류체인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밸류체인(Value chain)

: 가치사슬. 원재료에서부터

상품이 나오기까지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치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양계장의 닭이 먹음직스러운

치킨이 될 때까지 크게 3단계를 거칩니다.  

 

생산 및 출하 > 도매 > 소매  

 

생산 및 출하와 도매 단계는  

'계열화 업체'가 담당합니다.

 

계열화 업체는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양계농가에 주고 사료를 공급하며,

다 자란 닭은 도축해 닭고기 제품으로

가공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닭고기 브랜드로 우리에게 친숙한  

하림, 동우, 마니커 등이 

대표적인 계열화 업체입니다.  

 

다만 이들은 자체 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백화점, 대형마트, 소매유통점에

제품을 공급하죠. 

전형적인 B2B 사업입니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거래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최종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소매업체입니다.

 

물론 프랜차이즈가 직접 고객에게  

치킨을 판매하진 않습니다.(직영점 제외)  

가맹점에게 판매대행을 시키는 것이죠.  

 

치킨 프랜차이즈는 치킨을 판매하는  

가맹점에 닭고기, 치킨 무, 기름 등을  

판매하면서 원가의 50%에 해당하는

마진을 붙입니다.


*마진(margin)

: 쉽게 말해서 이익, 수익을 말하며

정확히는 판매가격과 매출원가와의 차액,

즉 매출 총이익을 가리킨다.


또한 매장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매출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계열화 업체는 생계라는 원료를  

공급하는 생산 및 도매업체이며 

치킨 프랜차이즈는 원료를 가공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업체입니다.  

 


프랜차이즈가 치킨 값을 높이는 비결 

 

그런데 단순히 원재료만 공급하는 업체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판매처가 주로 대기업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힘들죠.  

 

대규모 고객사를 둔 B2B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한계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다릅니다.


최종 식품, 즉 완제품을 파는 기업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전가하기가 수월합니다.  

 

10년 전 과자 가격과 지금의 과자 가격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예전보다 가격이 2배가 올라도 소비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같은 '닭'이란 식품을 팔더라도  

계열화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격전가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가격전가력

: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



(지난 10년간 새우깡은 얼마나 올랐을까? © 농심) 


 

1인 2닭이 아니어도

괜찮은 프랜차이즈 

 

가격뿐만 아니라 판매량 측면에서도  

프랜차이즈 업체가 유리합니다.

 

계열화 업체가 생닭을 많이 판매하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닭고기를  

많이 먹으면 됩니다.


1인 1닭에서 1인 2닭으로

소비량이 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아예 안 먹고  

닭고기만 먹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갑자기 인구가 많아지면  

닭고기 소비량이 늘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판매량을 조절할 수 있는

한 가지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가맹점 수의 증가입니다.  

 

안전행정부 전자정보국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만3,000여곳에 불과했던  

치킨전문점 수는 꾸준히 늘어왔는데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치킨전문점의 수는 2013년 기준  

3만6,000여 개라고 합니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도 많은 숫자입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프랜차이즈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는 드뭅니다.


따라서 퇴직금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태반이었고,

 

이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빠르게 가맹점을 확장해 판매량을 늘리기에

최적의 상황이었던 것이죠.  

 

이 덕에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적은 고속 성장 중입니다.  

 

지난해 지엔푸드(굽네치킨),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혜인식품(네네치킨), 제너시스BBQ(BBQ치킨)

합산 매출액은 7,171억 원으로

5년 전보다 53%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기간 영업이익은

https://cidermics.com/contents/detail/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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