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트

검은 튤립은 향기가 나지 않는다

By 류광현 2017.12.29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열풍을 잡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어제 하루 뜨거운 화제였습니다. 

 

실제로 거래소를 폐지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하지만,


가상화폐에 이용되는 가상계좌를 없애는

거래실명제는 곧바로 실시되어

시중 은행들은 정부 발표 직후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자산으로 인정되나?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 주요 거래소들은 최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Bitcoin)

: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만들어진 최초의 가상화폐.

통화를 관리하는 중앙 기관이 없으며

전체 화폐의 양은 정해져 있고

더는 늘어나거나 줄지 않는다.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거나 컴퓨터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는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참조-낯선 그대 '비트코인' 이해하기)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12월 10일부터,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12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에 들어갔습니다.


*선물거래(futures trading)

: 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속하는 거래.


미국 금융기관들 역시

선물거래를 위한 준비를 마쳐서

골드만삭스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JP모건체이스

고객들에게 선물거래 계좌를

서비스로 제공합니다.




선물거래는

미래에도 거래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선물거래 대상이 되었다는 것

시장이 이를 자산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적어도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자산의 일종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비트코인은  

본격적인 미래 화폐로 발돋움하게 될까요? 


그런데 이 질문에는

사람들의 오해를 부를 만한

덫이 숨어 있습니다. 


 

자산=화폐? 


자산과 화폐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자산이 되었다고

화폐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산이란,

유·무형의 가치를 담은  

실체의 일종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이 해당하며

비트코인이 자산이 됐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비트코인을 돈으로 바꿔야 할까요?  

비트코인은 곧 화폐로 쓰일 텐데

돈으로 바꾸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답은 간단합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이유를 이해하려면

화폐의 본질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화폐의 본질


① 교환수단


화폐의 핵심은 교환입니다.

인간은 물물교환을 보다 편리하게 하려고

화폐를 발명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아직도

화폐 대신에 물물교환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부터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상기시키는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서

이를 보완해야 하는 화폐의 요건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장이 더 많이 먹는 강식당 ©tvN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


아는 형님 이삿짐을 날랐더니 수고했다며  

'강호동까스' 10인분을 삯으로 줬습니다.


하나는 먹고 남은 9인분으로  

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갑니다. 


그런데 주유소 사장님이 돈가스를 싫어해서

돈가스와 기름을 바꿔주지 않습니다.

낭패입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주유소 알바생이  

자기 일당을 돈가스 1인분으로 달랍니다.  


아, 그런데 돈가스가 그새 눅눅해졌습니다.  

알바생은 말을 바꿔 돈가스 3인분을 안 주면

거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삿짐을 나른 노동의 가치가

공중에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죠.



 가치척도


경제학자들은 어떤 대상이 화폐가 되려면  

교환 수단과 더불어 가치 척도

쓰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치 척도)

즉, 화폐는 이삿짐 삯과 돈가스 1인분,

그리고 알바생 일당의 가치를  

온전히 측정해야 합니다.


(교환 수단)

또 화폐는 이삿짐 삯에서

돈가스와 같은 음식으로, 그리고

음식에서 누군가의 일당으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하고요. 





 안정성


그런데 이런 기본 기능보다

더 화폐를 화폐답게 하는 것은 안정성입니다.

 

앞서 본 대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또는 물건의 품질에 따라 가치가 바뀌고

거래 성립 여부가 달라지면 곤란하죠. 


이런 이유로 화폐는 지금까지

쌀과 비단 등에서 금·은으로,  

금·은에서 종이 화폐로 발전한 것입니다.




금·은의 경우 단지 그것들이 귀해서  

화폐가 된 것이 아닙니다.


나눌 수 있고 운반하기에 편하고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대상을 찾다가

금·은으로 수렴된 것이죠.

 

여기까지 듣고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미래의 화폐라고 불리는

비트코인 즉, 가상화폐는

이런 화폐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을까?"



비트코인은 불안정성을 먹고 산다 


안타깝게도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화폐는

이런 화폐의 요건과는 거리가 무척 멉니다.


화폐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성이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로

돈을 번다는 것은 그만큼 가상화폐가

불안정하다는 뜻입니다. 


화폐의 안정성이란 변동의 높낮이가  

크지 않다는 말인데요,


나라가 망한다는 소리가 나온

IMF 외환위기에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이 2.25%였습니다. 


https://cidermics.com/contents/detail/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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